식이는 생일이 발렌타인 바로 다음 날이라 본의 아니게 생일 전날 생일 선물 겸해서 초콜릿으로 받는 경우가 아주 흔했어. 처음에는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날 좋아하나? 했다가 그게 그냥 생일 선물 대신이라는 걸 초딩 때 알고나서는 이제는 발렌타인이 되어도 시큰둥하고 생일 날에도 그저 시큰둥해. 단내만 폴폴 나는 거 받는 게 뭐가 저렇게들 좋은거야.
요니는 무슨 데이 뭐 그런 걸 잘 안 챙기는 스타일이야. 상술이다 뭐다 그런 게 아니라 그냥 아예 신경을 안 써서 잊고 있다가 당일 날 사람들이 손에 들고 있는 걸 보고 그제야 아! 하는 그런 거ㅋㅋㅋ 요니는 식이가 신입생으로 들어온 그때부터 쭉 식이를 좋아했는데 그냥 말 그대로 짝사랑이야. 암만봐도 얘는 스트레이트인 것 같아서 아예 엄두조차도 못내는거지. 그냥 그 멋있는 얼굴이랑 늘씬한 핫바디를 가까이서 실컷 볼 수 있고 다정한 목소리를 들으면서 가끔 대화 정도는 할 수 있다는 것에 만족하기로해.
아 이거 뭔데 일케 길어져ㅋㅋㅋㅋ 암튼 내가 보고싶은 건 요니는 나름 숨긴다고 숨겼는데 옆에서 조금만 잘 지켜보면 금방 알 수 있는, 나 네가 너무 좋아, 하는 그 봄내 물씬 나는 기운을 폴폴 날리면서 식이 주위를 어슬렁 거리는데 아무리 눈치 없는 식이라도 저 정도면 당연히 눈치채겠지. 식이랑 같이 수업듣고 밥도 같이 먹어서 본의아니게 요니를 자주 보는 홍빈이는 워낙 눈치가 빨라서 식이보다 훨씬 먼저 눈치채서는, 저 깜형은 저렇게 티 다 내면서 고백은 언제하려나 이러고 있고ㅋㅋㅋㅋ
식이는 요니가 자기보다 형인데도 은근히 귀엽고 뭔가 자꾸 챙겨주고싶고. 처음에는 그냥 딱 그 정도였어. 근데 이 뱁새같은 형이 자기를 좋아한다는 걸 알고부턴 이상하게 한 번 볼거 두 번 보게되고 자꾸 나도 모르게 시선이 가. 그러다가 뭔가 보면 볼수록 기분도 묘해지고 괜히 손바닥이 간질간질 해지고. 그래 다들 그렇게 게이가 되는거지. *= ㅅ=* 저 형은 무슨 데이나 그런 것들에 별로 관심도 없어보이던데. 그래서 초콜릿 같은 건 애초부터 기대도 안했고. 그냥 오늘 내 생일이라고 밥이나 같이 먹자고 할까. 하....기먼식아, 남자인데도 같이 생일을 보내고 싶다는 마음이 막 드는 건 뭐겠니. 그게 바로 그 남자랑 연애하고 싶다는 거쟈나!!!
암튼 식이는 오늘 생일이라는 핑계로 요니랑 저녁 약속을 잡았어. 요니는 오늘 식이 생일인데 선물은 주고싶고. 근데 솔직히 생일 선물을 줄 정도로 그렇게 막 친한 건 아닌 것 같아서 괜히 식이가 부담스러워 할까봐 또 혼자 속으로 끙끙. 그래도 생일인데 가족들이랑 보내야 하는 거 아닐까. 정말 나랑 보내도 괜찮은걸까. 아 혹시 나랑 밥먹고나서 다른 약속 가려나. 혼자 그런 생각들을 해. 그게 요니의 얼굴 표정에 고스란히 다 드러나니까 요니의 맞은편에 앉아서 그 얼굴을 찬찬히 들여다보고 있던 식이는 아 이 형이 나를 진짜 많이 좋아하는구나 싶어. 그게 되게 기분 좋고 뭔가 설레기도 하고. 그리고 또 어렴풋이 자기 마음도 깨닫게 돼.
자꾸 눈이 가고 챙겨주고싶고 안 보이면 궁금하고 보고싶고. 사실 식이는 가끔 복도를 지나가다가 선배들이나 동기들이 요니보고 귀엽다면서 머리 쓰다듬고 어깨에 손 올리는 그런 거 어쩌다 보게되면 괜히 마음이 꽁기해지고 그랬었거든. 그게 다 자기가 요니를 좋아해서 라는 걸 이제야 깨닫게 된거야. 요니가 자기를 좋아한다는 건 이미 애저녁에 눈치 챘고. 식이도 이제 본인의 마음을 아주 잘 알게됐으니 이제 남은 건?! *= ㅅ=*
형, 나 형한테 생일 선물로 받고싶은 거 생각났어.
응? 선물? 뭔데? 뭔데!
.....
응? 뭐가 갖고싶은데?
앞서 말했 듯 요니는 식이한테 생일 선물을 주고싶은데 식이가 부담스러워 할까봐 망설이고 있었어. 근데 이렇게 식이가 먼저 말해주니까 너무 기쁘고 좋은거야. 당연히 식이가 원하는 거라면 뭐든 다 사주고 싶었지.
...형, 나 좋아하죠?
......어? 어....어, 당연히 우리 식이 좋아하지!
아니 그런거 말고.
.....응?
나랑 손 잡고 싶고 키스하고 싶고 만지고 싶고 자고싶고. 그렇죠?
!!!!!!!!!!!!
...형. 나랑 사귀어요.
......저기, 원식아, 그러니까 지금...
나 사실 형이 나 좋아하는 거 진작부터 알고있었어요. 그래도 형이 먼저 말 할 때까지 얌전히 기다릴랬거든요. 사실 형 고백 하는 거 직접 듣고싶기도 했고요. 근데 가만히 생각해보니까 계속 이렇게 기다리기만 하다가는 형이 먼저 마음 정리한답시고 어느 날 갑자기 군대로 도망갈 것 같은거야. 그러니까, 그냥 내가 먼저 말 할게요. 형, 나랑 연애해요. 그거 내 생일 선물로 줘요. 응?
어...뭔가 되게 급전개야. 암튼 이런 랍엔 보고싶다. 오늘 식이 생일이니까 생일 선물로 요니를 받는!ㅋㅋㅋㅋ 그런 청게청게한 캠퍼스물 랍엔 보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