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iginal scene

캠퍼스 커플

2017. 9. 26. 04:21




요니랑 크게 다투거나 혹은 요니한테 잔뜩 화가 나 있다가도 요니가 울기라도 하면 당황하면서 벌벌 떠는 선배 보고 싶다. 사소한 오해로 싸우게 됐는데 어떻게 해도 선배의 화가 누그러지지 않으니까 요니는 답답한 마음에 그만 울어버린다. 그러면 선배는 잔뜩 당황하겠지.




- 아니, 왜 형이 우는데? 지금 울고 싶은 사람은 난데? 아니 그렇다고 그렇게 울지는 말고! 아, 알았어 일단 진정 좀 해봐. 얘기나 들어보자고, 어? 아 제발 울지 마! 알았어. 알았으니까 일단 그쳐봐, 어? 형 너 나 죽이려고 이러지 지금?




요니는 요니대로, 비록 자기의 잘못으로 인해 오해가 생겼지만 그래도 그렇게나 다정했던 사람이 지금 자기를 보면서 찬바람이 쌩쌩 부는 얼굴을 하니까 그게 괜히 서러워서 자꾸만 눈물이 퐁퐁.




- 네가 자꾸 화만 내니까 내가 말을 못하겠잖아. @.ㅠ

- 알았어. 알았으니까, 일단 그쳐봐. 뚝!




근데 원래 그치라고 하면 자기의 의지와는 다르게 눈물이 더 나잖아. 요니가 우느라 헛숨을 들이키면서 히끅히끅 하니까 선배는 내가 이형한데 뭔 얘기를 들으려고 이렇게 울리기 까지 했나 싶고. 그저 답답한 마음에 애꿎은 앞머리만 털면서 한숨만 푹.


선배는 어찌됐든 일단 눈물이라도 그치게 해야겠다고 생각했어. 점심시간이라 캠퍼스 안에서 동기들이 하나둘씩 지나가면서, 야 이홍빈 차선배 너무 괴롭히지 마라! 너 이 자식 내가 늘 지켜본다!! 이러니까 선배는 겁나 억울한 거야. 야, 내가 화난 거라고 지금!!


선배는 결국 요니의 손을 잡아끌고 동방으로 들어왔어. 다행히 동방 안에는 아무도 없었지. 요니는 솔직히 선배가 이렇게까지 화를 낼 줄은 몰랐고 또 그런 적도 없어서 좀 놀라기도 서럽기도 했었는데. 그 와중에 선배한테 잡힌 손이 좋아서 놓기가 싫은 거야. 선배가 요니를 소파에 앉히고 잡고 있던 손을 놓으려고 하는데 요니가 안 놔주고 꼭 잡아.




- 손, 잡고 얘기할래. @.ㅠ

- …저기, 형. 나 지금 화난 거거든? 별로 그렇게 안 보이겠지만 화난거야, 나 지금.

- 누가 화 안 났대? 그래도 손 계속 잡을래. @.ㅠ




요니는 선배가 손을 못 빼도록 깍지 손까지 딱 해서 꼭 잡고 코를 훌쩍거려. 선배는 사실 아까 요니가 울던 순간부터 더 화를 내기는 글렀고 화도 거의 누그러진 것 같고 그래. 미우나 고우나 하나뿐인 애인인데. 좋아하는 사람이 자기 때문에 이렇게 우는데 화는 더 내서 뭐하고 그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고. 결국 선배는 요니한테 왼손을 그대로 내준 채로 눈짓을 한 번 했어. 화내지 않고 끝까지 들어줄 테니 이제 얘기해 보라고.







- …내가 좋대. 난 사귀는 사람이 있다고 말했는데도 계속 연락하고 수업 끝나면 기다리고. 밥 먹자고 하고 커피 마시자고 하고. 내가 더 단호하게 밀어냈어야 하는데 같은 과 후배라서 괜히 마음이 약해져서 더 냉정하게 굴지 못하고 자꾸 받아주니까…@.ㅠ





그냥 말 그대로 오해였어. 요니는 되도록이면 자기 선에서 해결하려고 했던 거고 요니가 그 후배 놈한테 손목이 잡혀있는걸 요니를 데리러 온 선배가 봤고. 요니 말대로 마음이 약해져서 더 단호하게 거절하지 못했지만 사실 따지고 보면 요니가 가장 당황스러웠을 거야.







- 그런 건 나한테 가장 먼저 얘기해도 됐잖아.

- 아니 나느은…네가 신경쓸까봐. @.ㅠ

- 내가 형 애인인데. 나 좀 못 미더운가?

- 아니야! 그런 거 절대 아니야…@.ㅠ

- 난 형 네가 외간남자한테 손목 잡혀놓고 뿌리치지도 못하는 게 더 신경 쓰였는데.

- 내가 미안해. 내가 처음부터 더 확실하게 했어야 했는데에…@.ㅠ

- 됐어, 그 새끼가 무조건 나쁜 거야. 형 잘못 하나도 없어.

- …화 안내, 이제?

- 어. 화 안내.

- 다행이다. @.ㅠ

- 나도 미안해. 형한테 뭔 일 있나 먼저 물어봤어야 했는데 아무것도 모르고 화부터 냈네.



…뭔데 이거 이렇게 길어져? 아무튼. 둘이 그렇게 화해하고 이왕 깍지 손도 잡은 거 그대로 잡고 나가서 맛있는 거 먹고 영화도 보고 데이트도 하고 그랬다고 합니다.







다들 청게청게한 홍차 한 사발씩들 드새오!!!!! 벌컥벌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