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iginal scene

알파와 베타

2017. 5. 23. 16:48




이홍빈

차학연










알파 선배랑 베타 요니 보고 싶다. 마음 없이 페로몬만으로 이성도 없는 상태에서 섹스 하는 관계가 짐승이랑 다를 게 없다고 느껴져서 염증이 난 상태인 선배는 요니가 베타이기 때문에 더 사랑하는 것. 적어도 요니와의 관계는 페로몬이 아닌 이성인 거니까. 근데 요니는 자신이 향기가 없는 베타라서. 선배가 가끔 향기가 좋은 오메가에게 본능적으로 시선이 닿을 때가 있는데 그게 본능이라서 어쩔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불안하겠지. 선배는 그냥 말 그대로 어디선가 좋은 향기가 나서 잠깐 돌아본 것뿐인데도.


그래서 요니는 자꾸만 향기에 집착하게 돼. 향수를 모으고 캔들을 만들기 시작하지. 사실 선배는 그냥 요니 자체의 체향이 좋거든. 알파인 자신한테 섹스어필을 위한 어떤 페로몬이 섞인 그런 향이 아닌 그냥 요니 자체에서 나는 살 냄새. 그게 너무 좋거든. 그럼 요니는 그걸 보고 아 내가 좋은 향기가 나지 않아서 그렇구나, 하고 오해를 하겠지. 나는 원래 이렇게 태어난 사람인데. 그걸 어떻게 해도 바꿀 수 없다는 게 너무 서럽고 슬프고. 선배는 선배대로 왜 형이 기분이 안 좋을까, 걱정을 하겠지.


물론 서로의 마음이 같다는 것에는 어떤 의심도 하지 않아. 요니가 다른 남자와 잠시 시선만 섞어도 아이처럼 질투하는 선배가 요니는 너무 사랑스럽고 선배가 요니한테 시선을 돌릴 때마다 항상 자기를 따뜻하게 바라보고 있는 요니를 선배는 너무 사랑하지. 다 알아도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는 게 있으니까. 어떻게 해도 바꿀 수 없는 것. 선배가 알파라는 게 요니한테는 그랬어. 너는 원래 그렇구나, 하고 자신이 이해하는 수밖에. 그걸 알면서도 사랑했고 또 고작 그런 걸로 헤어지기엔 선배를 너무 사랑하니까.


요니는 선배한테 그걸 절대 말할 수는 없는데 속은 자꾸 썩어가고 선배는 요니한테 무슨 일이 있나 너무 걱정되는데 자기한테 말은 안 해주니까 그건 또 그것대로 서운하고. 서로에게 너무도 애틋하지만 둘 중 누구도 선뜻 얘기를 꺼낼 수 없었어.


그렇게 서로에게 오해 아닌 오해가 쌓인 날들이 계속되고 있었는데. 요니가 그 일이 선배와의 관계에서 결코 티끌만큼도 중요하지 않다는 걸 깨달은 날이 있었어. 그날은 유독 서로에게 더 닿고 싶은 날이었어. 요니는 자기가 요즘 계속 기분이 안 좋으니까 혹시 뭘 잘못했나, 하고 괜히 눈치를 보는 선배한테 미안했고 또 선배는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혼자 맘 쓰고 있는 요니가 안쓰러웠어. 그래서 요니는 선배한테 사과하고 싶었고 선배는 요니를 위로 해주고 싶었어. 어쨌든 서로에게 서로는 늘 첫 번째니까.


둘은 오랜만에 섹스를 했어. 화해의 의미이기도 했고 위로의 의미이기도 했어. 지금 서로에게 닿아있는 이가 서로라는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크게 흥분했어. 선배는 요니를 꽉 끌어안고 요니의 목에 아이처럼 파고들면서 체향을 깊게 들이마셨어. 페로몬에 지배당해 이성이 완전히 날아간 상태로 엉겨 붙은 짐승의 교미 같은 행위가 아닌, 요니의 숨소리와 체온과 온기와, 오직 자신으로 인해서만 흥분하고 만족하고 있는 요니의 모습들을 생생히 다 느끼면서 하는 섹스가 얼마나 감동적인가를 느끼니까, 선배는 뭔가 자꾸 눈물이 날 것만 같았어. 흥분과 열락에 완전히 잠식된 낮은 신음에 울먹임이 섞이니까 요니는 그게 또 걱정이 돼서 선배의 고개를 들게 하고 싶은데. 선배는 어쩐지 지금의 이런 자신이 부끄러워서 요니의 목에 더 깊게 얼굴을 묻었어.


선배는 요니가 무슨 일로 고민을 하고 있고 계속 마음을 쓰고 있고, 그걸 자기에게 끝내 말해주지 않는다 해도 그냥 계속 이렇게 같이 있고 싶었어. 정말 이대로 죽어도 좋다고 생각했고, 요니가 자기를 떠나지 않았으면 좋겠어.


요니는 이 부족한 것 하나 없는 완벽한 알파가 오직 자기 때문에 이렇게 흥분하고 아이처럼 솔직하게 애정을 갈구하고 자기에게 더 가까이 닿고 싶어 안달하는 모습에 온 마음에 만족감이 깊이 차오르면서도 뭔가 울컥했어. 너도 그냥 태어나길 그렇게 태어난 건데. 나 힘든 것만 생각하고 정작 네 마음은 전혀 몰라주고 계속 힘들게만 했다는 생각에.


요니는 선배가 오메가의 향기에 본능적으로 시선이 가는 알파인 것도, 자신이 아무 향기가 없는 베타인 것도, 이제는 다 상관없다고 생각했어. 그런 것들이 둘의 관계를 흔들 수는 없는 거라고 다시 한 번 깊이 깨달았어. 그리고 선배한테 많이 미안했고 그를 더 많이 사랑해 줘야겠다고 생각했어. 요니는 미안한 마음과 더 큰 사랑을 담아 선배를 더 깊게 껴안고 뒷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어 주었어.




…아까 왜 울었어?

…내가 언제.

내 목에 얼굴 파묻고 애기처럼 울던 게 누구였더라-.

…그냥. 좋아서.

좋아서 울었다고?

어. 형 네가 너무 좋아서.

…그런 얼굴로 그런 말 하는 거, 좀 반칙 아니냐.

…형 네가 혼자 뭘 고민하고 마음 쓰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

그냥 나랑 이렇게 쭉 같이 있어. 어디 가지마.

야, 내가 어딜 간다고 그래.

…난 형 너 없이 못 살아. 너 없으면 안 돼, 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