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홍빈
차학연
Swarmer
군중 속의 한 사람
차학연은 두 발에 못이라도 박힌 것처럼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서 있었다. 그 모습이 마치 까마득한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아무데도 흐르지 못하고 이끼처럼 고여 있는 내 마음 같았다.
우리는 서로에게 한줌의 모래 마냥 붙잡을 수도, 지켜낼 힘도 없이 너무도 쉽게 손안을 빠져 나가버린 허무한 추억이라고. 그저 그뿐이었다고. 애써 자위를 해봐도 늘 제자리에서 맴돌던 바보 같은 모습. 아직도 너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기억에서조차 자유롭지 못한 채 소리를 죽이고 웅크리고 있는, 가여운 내 사랑 같았다.
우리는 서로를 마주한 채 한참동안 아무 말이 없었다. 너는 여전히 내 사랑이었다. 그래서 자꾸만, 자꾸만 가슴이 미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