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운이가 남자 여자 안가리고 좀 프리하게 사람들 만나는거 좋아하는데 애인이든 원나잇이든 꼭 집에 한번씩은 데려와. 그리고 그 날은 꼭 걔랑 자는거야. 근데 택운이 옆집에는 학연이가 살아. 그 집이 희한하게 벽이 좀 얇아서 조금만 큰 소리를 내도 다 들린단 말야. 그니까 택운이가 걔네들이랑 할 때마다 학연이는 다 들리는거지. 그게 하루이틀이면 말도 안해. 진짜 환장하겠어. 근데 웃긴건 그 상대가 매번 바뀌는거야. 학연이는 뭐 저런 난봉꾼이 다 있나 싶은데 자기랑은 상관없는 사람이라서 그냥 그러려니 했어. 근데 이게 점점 자기 생활에도 지장을 주니까 학연이는 빡이 치는거지. 내가 집세 한번 안밀리고 이웃 주민한테 피해 한번 안줘본 사람인데. 너 이새끼 대체 나한테 왜 그러냐? 이런 마음이었지. 

어느날은 되게 격하게 하는지 아님 그냥 그 상대가 소리가 큰지 진짜 너무 시끄러운거야. 이건 뭐 신음이야 비명이야. 학연이는 자다가 도저히 못참겠어서 손에 잡히는 탁상시계를 벽에 확 던지면서 욕을 해. 너 혼자 사냐 씨발?!! 니가 뭘하든 나랑 상관없는데 최소한 잠은 자게 해줘야 할거 아니야!!! 나 씨발 3일동안 두시간도 못잤거든?!! 그 후로도 온갖 욕이란 욕은 다 하고. 막 입에서 피비린내가 날 정도로 피곤한데 잠이 다 깨버렸어. 이씨발....이러면서 다시 눕는데 학연이는 뭔가 되게 억울하고 서러워져서 갑자기 막 우는거야. 진짜 너무 피곤해서 미쳐버리겠는데 잠을 오랫동안 못자면 사람이 예민이 극에 달해서 감정 컨트롤이 잘 안되서 사소한 일에도 쉽게 화내고 심하면 막 울기도 하고 그러거든. (내 경험상) 

진짜 막 욕하면서 울고 있는데 갑자기 초인종이 울려. 학연이는 울다가 갑자기 초인종이 울리니까 울음을 딱 멈추고 눈을 동그랗게 떠. 잠깐 정신이 나가서 막 소리지르긴 했는데 설마 집까지 찾아올줄은 몰랐거든. 눈물이 순식간에 쏙 들어가 버리고 딸꾹질이 나와. 입을 꾹 막고 있는데 정택운 이놈이 포기를 모르는 남자야 하필. 계속 벨을 누르는데 학연이가 안나오니까 인제는 문을 주먹으로 두드려. 아 씨발 저 새끼 진짜 미친놈인가봐. 학연이 막 울먹울먹 하면서 경찰서에 신고할까 진지하게 고민을 해. 그러다가 문 두드리는 소리가 멈췄어. 학연이는 숨 죽이고 가만히 누워있다가 조용히 현관문 앞으로 가. 문에 귀를 대고 있다가 아무 소리도 안들리길래 살짝 현관문을 열어보는데 바로 앞에 정택운이 서 있는거야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너무 놀라서 눈 동그랗게 뜨고 다시 딸꾹질. 택운이 입장에서는 내 집에서 내가 떡좀 치겠다는데, 옆집 남자는 대체 뭐하는 새끼인데 참견질인지 얼굴 한번 보려고 와본거지. 근데 얘가 생각보다 되게 귀엽네? 그래서 놀려주고 싶은 마음이 들어서. 야. 층간소음 뭐 그딴걸로 신고하려면 해. 대신 그럼 넌 나한테 그대로 박히는거다. 내 말이 장난같지? 장난인지 아닌지는 두고보면 알거고. 그렇게 말하고 그대로 뒤 돌아서 집에 들어가버려. 택운이 말투는 마치 오늘 저녁 뭐 먹을래 하는 것처럼 되게 일상적이고 무덤덤해서 학연이는 지금 이 상황이 더 이해가 안가. 잠시 벙쪄 있던 학연이는 뒤늦게 상황파악 하고 저.....저 씨발...저 새끼! 야!!!! 집에 들어온 택운이는 겁나 사악한 얼굴을 하면서 내적 강냉이를 시전하고 있어ㅋㅋㅋㅋ 흥도 깨졌고 더 흥미로운 상대가 나타났으니 앞에 있던 상대는 미련없이 보내버리는거지. 야. 너 집에가라. 





이런게 보고싶다....맨날 만나면 개와 고양이처럼 물고 뜯고 싸우다가 미운 정 고운 정 다 들어서 나중에는 살림도 합치는 택엔이들 보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