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unning flow

I'm with you

2015. 2. 17. 16:04











I'm with you
이홍빈

차학연

 

 

 

 

 


 

 

 

 

 


- 오늘의 마지막 사연이에요. 익명으로 보내주셨네요. 그 사람과 저는 1년째 장거리 연애를 하고 있는 연인입니다. 성격도 취미도 음악 취향도, 하다못해 음식 취향까지도. 참 많이 다른 우리지만 1년 동안 아무 문제없이 열심히 사랑해왔어요. 처음에는 주말마다 만나곤 했지만 함께 한 시간이 길어지면서 한 달에 한번, 많으면 두 번. 그렇게 만나고 있어요. 같이 있는 시간보다 떨어져 있는 시간이 더 많다보니 사실 가끔 참을 수 없이 외로워 질 때도 있지만. 아직까지는 잘 참아내고 있는 것 같아요.

 

 

 

  자정이 가까워지는 늦은 밤. 익명의 누군가가 보내온 그 애틋한 마음을 대신 전해주는 이홍빈의 목소리가 나긋하고 잔잔하게 가라앉아 내 마음까지도 한없이 차분하게 만들었다. 항상 에너지 넘치고 또 어디로 튈지 모르는 트러블 메이커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이홍빈이 라디오를 한다고 했을 때 나는 사실 조금 의아했다. 네가 라디오 DJ를? 뻔뻔함과 능글맞은 입담을 필요로 하는 마녀사냥 같은 그런 프로그램의 패널이 아니고? 이홍빈은 이런 나의 반응에 조금 삐친 듯 입을 삐죽거렸었다.

 

  이홍빈과 늦은 밤의 라디오. 그것도 단순히 고정 게스트가 아닌 한 프로그램의 진행을 이끌어가야 하는 DJ. 쉽게 상상이 가지는 않는 조합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는 생각보다 꽤 멋지게 잘 해내고 있었다. 게스트의 성향에 따라 시시각각 변하는 그의 이미지와 또 그로 인해 매번 달라지는 방송의 분위기는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꽤나 큰 흥미로움을 유발시켰다. 또 평소 그의 모습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로맨틱한 면도 가끔 보여주곤 했다. 이홍빈은 방송이 나가는 그 두 시간 동안 천진난만한 소년도 되었다가 불특정 다수 혹은 특정인에게 뼈아픈 쓴 소리와 일침도 서슴지 않는 냉철한 독설가도 되었다가 - 이홍빈의 팬들은 그것을 ‘홍침’이라고 부른다. - 달콤하고 부드러운 말로 누군가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로맨티스트도 되었다. 그리고 이렇게 엔딩을 남겨두고 있을 때의 그는 마치 하루를 정리하고 편히 잠자리에 드는 것처럼 조금은 경건하고 차분해진다.

 

 

 

- 그 사람은 저와 만났을 때는 반가운 기색이 역력하지만 막상 헤어질 때는 아쉬운 표정보다는 그저 담담한 모습으로 버스에 올라요. 저는 매번 헤어질 때마다 너무 아쉽고 이제 또 언제 볼지 모른다는 마음 때문에 더 애틋하고 헤어지기 싫은데 그 사람은 별로 그렇지 않은 것 같아요. 이런 것들이 가끔은 많이 서운하기도 하지만 연락을 할 때는 또 엄청 살갑고 다정해요. 그냥, 원래 저와 성격이 많이 달라서 그런 거라고 생각하고 그러려니 이해해야 할까요? 그래도 제가 그 사람을 사랑하는 만큼 그 사람도 저를 많이 사랑하겠죠? 그러니까 우리가 이렇게 떨어져 있는 시간동안 서로 조금 외로워져도 잘 참아낼 수 있는 거겠죠?
  잠이 오지 않는 조금은 외로운 새벽입니다. 그 사람이 많이 보고 싶네요.

 

 

 

  이홍빈은 사연을 다 읽고 할 말을 고르는 건지 아주 잠시 말을 아끼더니 곧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메모도 대본도 아닐, 지금의 새벽 감성이 조금은 묻어있는 순도 100% 그의 진심일 말들이 라디오를 통해 잔잔하게 흘러나왔다.

 

 

 

- 음…저도 직업의 특성상 사람들을 잘 못 만나요. 바쁘기도 하고 또 스케줄이 끝나고 나면 많이 피곤하기도 하고 만난다고 해도 정말 잠깐 얼굴만 볼 수 있는 정도고요. 그래서 사연을 보내주신 익명님이 느끼시는, 지금 헤어지면 언제 또 볼 수 있을지 모른다는 그 아쉬움과 애틋함을 아주 잘 알아요. 어…이런 이야기는 방송에서 처음 하는 건데 저도 밤수성 이라는 것을 아주 조금 빌려볼게요. 

  저는 누군가를 만나고 오면 그 사람과 너무 헤어지기 싫어서 혼자 돌아오는 길에 조금 우울해지기도 해요. 나는 왜 이렇게 평범하지 않을까. 왜 나는 남들처럼 아무렇지 않게 길거리를 걷는 것조차 자유롭게 할 수 없는 걸까, 하는 생각도 조금 하게 되고요. 그래서 혼자 있을 때는 가끔 너무도 외로워질 때가 있어요. 하지만 누군가와 짧게나마 소중한 시간을 나누고 다시 헤어지게 될 때 저는 최대한 즐겁게, 또 담담하게 헤어지고 싶어요. 그래야 다시 각자의 생활로 돌아가야 하는 시간이 다가왔을 때 그 순간이 많이 아쉬울지언정 마음이 아프지는 않고 또 다시 만날 때 그 사람도 저도 더 많이 반가울 것 같으니까요.

  제 생각에는 아마 그 사람도 그런 게 아닐까 해요. 많이 보고 싶어 하고 또 만나는 시간을 누구보다도 손꼽아 기다렸을 그 마음은 틀림없는 진심이지만 다시 헤어지게 될 때 아쉬운 마음을 많이 보이게 되면 헤어져야 하는 그 상대가 더 힘들까봐. 더 헤어지기 싫을까봐. 그래서 애써 담담한 척 한 게 아닐까 해요.

 

 

 

  언제부터인가 이홍빈은 너무 바빠 나와 연락을 할 수 없을 때나 혹은 서로 스케줄이 맞지 않아 얼굴을 자주 볼 수 없을 때 힘들다는 말을 예전에 비해서 잘 하지 않게 되었다. 어쩌면 내가 데뷔를 하고 활동을 시작하니 이제는 자신과 내가 같은 일을 하게 되었고 또 현재의 내 상황들과 거기에 뒤따르는 심리상태를 충분히 이해하기 때문일까. 이제는 이런 바쁨 속에서 간간히 서로의 얼굴만 보곤 하는 일들이 꽤 익숙해진 모양이다. 하루라도 못 보면 못살겠다는 듯이 굴 때는 언제고 말이다. 서운…그래, 아주 가끔은 서운한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그랬었다. 나도 분명 당시에는 이렇게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이홍빈이 저런 생각을 하고 있을 줄은, 솔직히 나도 몰랐다. 이홍빈이 사연을 읽은 후 조심스럽게 언급한 그 누군가는 아마도 나일 테지. 이제는 나도 그와 같은 일을 하게 됐으니 운이 좋으면 같은 프로그램의 패널로도 볼 수 있고 또 출연하는 음악 프로그램이 겹치면 대기실에서도 볼 수 있으니까. 비록 아주 잠깐이겠지만 나와 얼굴을 마주하고 난 후 헤어지는 것이 예전보다는 조금 덜 아쉽겠거니 생각했었는데. 그게 아니었던 모양이다. 나를 만나고 헤어지는 길 너는 우울해지기도 하고 또 그 잠깐 동안의 짧은 휴식시간에도 외로움을 느꼈었다니. 다른 멤버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개인 스케줄이 많은 이홍빈이 혼자 있을 때 조금의 외로움을 느낄 거라는 건 예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직접 본인의 입을 통해 들으니, 그 마음은 어째 더 애틋해 지는 것이다.

 

 

 

- 그 사람과 내가 지금 같은 세계에 있다고 생각하면 비록 몸은 떨어져 있어도 마음은 조금 편해지지 않을까요? 그 사람과 나는 같은 시대에서 살아가고 있으니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만날 수 있으니까요. 어쩔 수 없는 일을 어쩔 수 있도록 만들 수 있는 게 사랑의 힘 아닐까요. 절대로 헤어지지 않겠다는 그 마음만 있으면 흔들리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요. 저는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지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을 볼 수 없는 시간만큼 보고 싶고 그리운 그 마음도 함께 커져서 더 많이 애틋해진다고 생각합니다.

 

 

 

  생각해보면 그동안 나는 이홍빈의 앞에서 자주, 그리고 많이 울었다. 물론 그 자주라는 것은 지극히 내 기준에서이다. 한 달에 한 두 번이면 자주라고 말할 수 있었던 내 눈물의 빈도가 이홍빈을 만난 이후로는 그 횟수가 훨씬 잦아졌다. 참 이상했다. 처음에는 이러는 내가 적응도 안 되고 너무 이상해서 나에게 뭔가 문제가 생긴 게 아닐까 했다. 하지만 이홍빈과 함께 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그것은 나의 어떠한 문제가 아니라, 그냥 내가 이홍빈의 앞에서 한 꺼풀 벗어 던진 것 같은 느낌 때문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냥 맘 놓고 울고 떼써도 괜찮을 것 같은 그런 거. 나의 어떤 모습이든 너는 그냥 다 사랑해 줄 것 같은 그런 기분 말이다. 그것을 알고 난 이후로는 그냥 그렇게 자연스럽게 흘러가도록 내버려두고 있다. 그리고 너 또한 나를 보면서 그런 기분이 들었으면 좋겠다.

 

  가끔, 이홍빈의 세계 안으로 한 발자국 더 가까이 들어간 내가 그에게 어떠한 존재가 되었으면 할 때가 있다. 단지 사랑하는 연인이 아닌 어쩌면 그 이상의 존재 말이다. 잠에서 깨어나 눈을 뜨고 맛있는 걸 먹고 좋은 것을 보고 또 좋은 사람들을 만나고. 또 다시 잠에 빠져들어 눈을 감는 그 순간 까지도 네 머릿속에 오직 내 생각만으로 가득 차 있는, 그런 숨 쉬는 것만큼 아주 가깝고 특별한 존재 말이다. 물론 너는 이미 나에게 그런 특별한 존재가 되어버린지 아주 오래이니,

 

 

 

- 마지막 곡 띄워드리고 저도 이만 자러 갈게요. 브라더 수의 I'm with you.
어디에 있든지 당신, 언제나 외롭지 말아요.

 

 

 

너 또한, 내가 너에게 그랬으면 좋겠다.

 

 

 

 

 

 

 

 

 

 

 

 

 

 


  아마 벚꽃이 다 떨어지고 더운 여름이 서서히 다가오기 시작했던 때였던 걸로 기억한다. 이홍빈의 쉴 세 없이 몰아치는 스케줄로 인해 서로의 얼굴을 일주일 이상 못 보게 된 때가 있었는데. 이홍빈은 그 살인적인 스케줄들을 한 번의 펑크도 없이 모두 다 소화한 뒤 그 피곤한 몸을 이끌고 나를 만나러 왔었다. 숙소로 들어가 곧바로 침대에 기절하듯 쓰러져 그대로 잠에 휩쓸리듯 빠져든다 해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을 정도로 지쳐있던 그가 해쓱해진 얼굴로 내 집의 현관문 바로 앞에 서서 웃었을 때, 나는 반가움과 동시에 무언가 울컥한 마음이 들었던 것 같다. 이홍빈이 워낙 바빠서 그랬다는 걸 잘 알고 있었지만 얼굴을 보지 못한 그 일주일 동안 이홍빈과 연락이 잘 되지 않았던 것에 대한 서운함이 생기는 건 나도 사람인지라 어쩔 수 없었다. 이해는 하지만 서운한, 그런 거 말이다. 하지만 이홍빈의 얼굴을 마주한 순간 그 모든 것들을 다 잊을 만큼, 그날의 이홍빈은 유난히 애틋하고 사랑스러워서 아주 오래도록 기억에 남았다.

 

 

 

  자정이 훨씬 지난 늦은 밤, 지금 나는 아파트 건물 앞 화단에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 아직 오지 않은 이홍빈은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이것도 숙소 앞에서 밤을 새는 이홍빈의 팬들이 없어서 가능한 일이다. 그가 진행하는 라디오의 끝인사를 듣고 나왔으니 지금쯤이면 벤을 타고 숙소로 돌아오는 길일 것이다. 내가 보고 싶어서 그 지친 몸으로도 기꺼이 나를 보러 왔었고, 내 얼굴을 일분이라도 더 빨리 보고 싶은 마음에 만나기로 한 밖이 아닌 내 집의 현관문 앞에 서 있던 그 날의 이홍빈 처럼. 나도 지금 이홍빈의 얼굴을 일분이라도 더 빨리 보고 싶어서 밖으로 나와 그가 오기를 기다리는 중이다. 이홍빈이 차에서 내려 숙소로 들어가려면 반드시 지나가야 하는 이 길에서 말이다. 이홍빈과 내가 활동하는 시기가 달라서 그의 얼굴은 대부분 TV나 라디오를 통해서 볼 수 있다는 것에 나는 늘 아쉬워했었다. 하지만 오늘만큼은 내가 활동이 끝난 상태라 이홍빈 보다는 시간의 활용이 비교적 자유롭다는 점이 참 다행이라 여겨졌다.

 

 

  그렇게 앉아서 이홍빈을 기다린 지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자, 누군가 이쪽으로 걸어오고 있는 작은 발걸음 소리가 고요한 이 밤의 주위를 물들이듯 메웠다. 이렇게 발걸음의 소리만 들어도 그 걸음의 주인이 누구인지 바로 알 수 있어서 나는 자꾸만 얼굴에 미소가 흘렀다. 아 우리 콩이. 빨리 보고 싶다.

 

  한참동안을 여기에 앉아 네가 오기만을 기다린 나를. 내내 오직 너만 기다리고 있던 나를. 이런 나를 네가 먼저 발견해주길. 그래서 더 많이 놀라고 더 많이 기뻐해주길.

 

 

 

“……학연이형?”
“이제 와?”

 

 

 

  이홍빈은 음악방송이 끝나고 바로 라디오를 하러 갔던 건지 메이크업이 아직 지워지지 않은 채 그대로였다. 피곤에 찌들려 지쳐있던 그의 하얀 얼굴이 여전히 화단에 기척 없이 앉아있던 나를 발견한 그 순간, 아주 잠시의 멈칫함과 함께 곧 환하게 피어났다. 나는 그 모습이 마치 더 없이 고귀한 순백의 백합 같다고 생각했다. 이홍빈의 사르르 접히는 두 눈과 양 볼의 푹 패이는 보조개와 달콤히 흐르는 미소가 자꾸만 나를 간지럽혔다.

 

  약 5일 만에 보는 얼굴이여서 그냥 이대로 숙소로 들어가기에는 솔직히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그렇다고 이른 새벽에 나가 자정이 넘은 늦은 밤에 들어와 피곤할 이홍빈을 데리고 어딘가를 가기에는 내가 그렇게 이기적이지 못했다. 이홍빈은 그런 나를 또 먼저 알아채고 내 손을 잡고 벤 안으로 들어갔다. 차의 문을 열자 넓고 깔끔한 내부가 눈에 들어왔고 먼저 안으로 들어가 앉은 이홍빈의 옆자리에 내가 앉았다. 그리고 문이 스르르 닫힘과 동시에 이홍빈은 내 손을 꽉 잡아 끌어당겨 입을 맞췄다. 내 아랫입술을 아프지 않게 깨물고 급하게 혀를 섞으며 꽉 잡고 있는 내 손을 깍지를 끼워 다시 고쳐 잡았다. 나에게 더 가까이 붙어오는 이홍빈의 다부진 몸을 비어있던 한 손으로 끌어안으며 나는 그에게 더 깊게 키스했다.

 

 

  모든 것을 다 가진 더 없이 우월하고 완벽한 남자의 모습을 하고 있는 네가 오직 하나 밖에 욕심낼 줄 모르는 어린 아이처럼 나를 안달내고 품에 안으려는 그것이 정말, 못 견디게 사랑스러웠다.

 

 

 

 

 

 

 

 

 

 

 

 

 

 

“피곤하겠다. 이제 그만 들어가서 자.”
“아, 조금만 더 있자-. 내일도 하루 종일 바빠서 연락도 제대로 못할 거란 말이야.”
“TV 틀면 얼굴 나오고 라디오 켜면 목소리 나오는데 뭘.”
“언제는 그 바보상자 속에서 나 보기 싫다며!”
“바보상자 속에서 보는 너도 여전히 잘생겼으니까 뭐, 괜찮을지도?”
“어떻게 괜찮을 수가 있어? 이렇게 못 만지는데? 어? 이렇게 뽀뽀도 못하는데?!”

 

 

 

  내 두 손을 자신의 볼에 가져가 두 볼을 만지게 하고 또 내 볼에 촉촉 소리를 내며 베이비 키스를 하는 이홍빈의 아이 같은 투정이 못내 사랑스러워 나는 그냥 웃어버렸다. 그래, 내가졌다 졌어. 누군가와 짧게나마 시간을 보내고 다시 헤어져야 할 때 자신은 즐겁게, 또 담담하게 헤어지고 싶다더니. 그 누군가가 너에게 하루 종일 피곤했을 테니 이제 그만 들어가서 자라고 하는데도 왜 너는 지금 즐겁고 담담하게 응하지 않는 건지. 방송에서 그렇게 거짓말 하면 못써요.

 

 

 

“헤어질 때는 즐겁고 담담하게 헤어지고 싶다더니? 순 거짓말이었네-.”
“…내가 집으로 오는 내내 곰곰이 생각을 해봤는데.”
“뭘?”
“나는 여태 형 너랑 그렇게 헤어져야 다시 만났을 때 더 반가울 거라고 생각했거든. 뭔가 끝에 여지를 남기면 나중에 봤을 때 더 반갑고 좋고 그렇지 않나? 형이 되게 잘하는 그 여지 말이야. 근데 오늘 사연 보낸 그 사람 이야기를 잘 생각해보니까 내가 그렇게 오히려 담담하면 나랑 헤어지는 그 사람이 정말 많이 서운할 수도 있겠구나 하는 마음이 들더라고. 그동안 순전히 나 편하자고 그렇게 생각해왔었나 싶기도 했고.”
“…….”
“그러니까 나는 그냥 항상 하던 대로 하려고. 티 나게 서운해 하고 막 헤어지기 싫다고 떼쓸려고.”
“그래서 지금 이렇게 떼쓰는 거고?”
“어. 그러니까 여기 좀만 더 있자.”

 

 

 

  티가 안 나도록 꽁꽁 잘 감췄다고 생각했던 내 마음까지도 어쩜 그렇게 잘 알아차리는지. 방송국에서 숙소로 돌아오는 그 길지 않은 시간동안 사연을 보낸 그 사람의 마음과 또 이홍빈과 헤어져야 했을 때의 내 마음이 어땠을 지를 다시 헤아려 보면서 얼마나 많이 생각하고 고민했을지. 차안에서 혼자 조용히 생각에 잠겨 있었을 그 모습이 눈에 훤히 보여서 내 입가에 걸린 웃음이 더 진해졌다. 

 

 

 

“아 근데 이 흑돼지가 또. 또 이렇게 춥게 입고 다닌다. 활동 끝났다고 빠져가지고 아주 그냥.”

 

 

 

  겨울이다. 벚꽃이 봄비처럼 잔잔하게 흩날리는 따스한 봄에 서로를 알아봤고. 또 숨 가쁘도록 뜨거운 여름에 손에 땀이 나도 꽉 잡은 손을 놓지 않았고. 마른 낙엽들이 바스락 거리는 서늘한 가을에 네가 사는 그 세계에 내가 직접 들어갔고. 그리고 어느덧 서로의 곁에 가장 가까이 있게 된, 그런 겨울이 왔다. 네 개의 계절을 함께 한 우리가 앞으로 걷게 될 길들이 그리 평탄하지만은 않을 거라고 해도 나는 아무렴 다 괜찮을 것 같다. 너와의 동행이라면 나는 이제 어디든 갈 수 있는 그런 큰 용기가 생겼으니 말이다. 너라면, 다 괜찮다 나는.

 

 

 

“응, 나 좀 춥다. 그니까 홍빈아, 안아줘 빨리.”

 

 

 

내 가수. 내 행복. 내 감동. 내 외로움. 내 그리움. 내 위로.

 

 

 

“…나 또 떨리게. 왜 자꾸 이럴까, 우리 차형은-.”
“너 떨리라고 그러는 거다, 이 멍충아-.”

 

 

 

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멋지고 사랑스러운 내 하나뿐인 연인. 너, 이홍빈.

 

 

 

“그래, 차학연이 안아달라는데 빨리 안아줘야지 내가. 아, 미리 말하는데 난 ‘스’로 끝나는 건 다 잘해.”
“‘스’로 끝나는 거……. 야!”
“뭔 생각해? 체스-. 나 체스 엄청 잘한다고. 체크 메이트 완전 천재야.”
“……됐다. 말을 말자.”
“거 참. 우리 흑돼지는 안 그렇게 생겨서 은근 밝힌단 말야. 그러면 나야 뭐 완전 땡큐지만.”

 

 

 

  비록 너와 나는 다른 평범한 연인들보다 헤어짐의 아쉬움이 조금 더 많이 반복되겠지만 너의 말대로 우리는 지금 같은 시대에서 살아가고 있으니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만날 수 있다. 항상 많이 그립고 보고 싶고 또 가끔은 잠이 오지 않을 정도로 외로워지기도 하지만 대신 우리는 꼭 그 만큼 서로를 더 애틋하게 여기고 있으니. 어제보다 오늘 더, 그리고 오늘보다 내일은 조금 더. 하루하루 시간을 더할수록 나는 아주 빠르게 네 세계로 흘러 들어가고 있으니.


네가 나와, 그리고 내가 너와. 우리는 언제나 이렇게 변함없이 서로와 동행하고 있으니.


 

그러니,

 

 

 

“그래. 빨리 들어가서 체스나 하자.”
“그래, 우리 오랜만에 ‘스’로 끝나는 거 다 하자?”

 

 

 

어디에 있든지 당신, 언제나 외롭지 말아요.


 

 

 

 

 

 

 

 

 

 

 

fin.


 

 

 

 

 

 

 

 

 

 

 

+

선배 가수 홍빈이랑 후배 가수 요니! 숙소는 별 그대에서 나오는 도민준이랑 천송이 집처럼 한 층에 딱 두 집만 이웃으로 있는 그런 모습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이게 원래 연작이었다가 따로 떨어져 나온 거라 내용 연결이....네......그렇습니다. 아무튼! 홍차 치얼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