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

하얗게 불태웠다

2015. 9. 2. 06:13




밤 9~10시경에 잠들어서 새벽 1~2시경에 깨는 것을 지금 약 일주일 째 반복하고 있다. 이건 잠을 잔 것도 아니고 안 잔것 도 아니여....ㅠ ㅅㅠ 


일찍 자면 일찍 일어난다는 말은 분명 맞는 말이다. 다만 나같은 경우는 일찍 잠들면 너무 이른 시간인 1~2시에 깨버린다는 게 문제라면 문제. 일러도 너무 일러. 잠은 다시 안 오는데 그대로 밤을 새기에는 너무 이른 새벽이야. 결국 이리저리 뒤척이다가 그대로 출근해서 하루 종일 골골대는거다.....ㅠ ㅅㅠ 그럼 쭉 버티다가 12시경에 잠들면 되겠네! 하겠지만.....한 살을 더 먹더니 저녁이 되면 몸이 주체할수 없을 정도로 피곤해져서 정신을 못차린다. 수면욕이 식욕을 아주 거뜬히 이긴다. 야식. 그게 뭔가요....새벽 2시 이후에 잠이 안와서 먹는 건가요? 새벽 4시가 넘도록 잠이 안와서 뒤척이는 것도 문제지만 이렇게 일찍 잠들면 너무 일찍 깨버리는 것도 충분히 문제다. 아.....인간이 기본적으로 누리는, 충분한 숙면을 취할 그 권리를 나만 못 누리고 사는 것 같은 그런 느낌적인 느낌....거 참. 수면패턴이 이 모양 이 꼴이어서 좋은 점은 요니의 라디오를 매일 들을 수 있다는 것. 이거 좋은 거지......? 좋은 거 맞지......? 




난 아주 오랫동안 불면증을 가지고 살았다. 거의 10년 정도? 특히 여름에 가장 심하다. 이틀 동안 다섯 시간도 못 잘 때도 있고 더 심할 땐 48시간 이상 깨어있을 때도 있었고.....하..........정말 고난과 역경의 시간이었다...물론 맨날 저러면 당연히 생명에 위험하겠지. 유독 저렇게 심한 시기가 있다는 그런 말. 그래도 하루에 네 시간씩은 잘 때도 있다. 이것도 랜덤이야. 거참. 


한참 불면증의 그 정도가 너무 심했을 때 가장 힘들었던 점은 아 지금 나는 혼자구나 하는 마음이 드는 것이었다. 다른 사람들은 세상모르게 다 자는 그 고요하고 정적인 시간에 나만 혼자 깨어있어서 잠들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잠을 포기하고 불을 켜고 뭘 하자니 이대로 밤을 샐 것 같아서 불안하고. 그렇게 계속 이리저리 뒤척이기만 하면서 조용히 잠이 오기만을 기다리는 게 너무 외로웠다. 사실 새벽 3시가 넘은 시각에 누구한테 연락을 할 수는 없잖아.....심심하고 외롭고 또 출근해야 하니까 빨리 잠들지 않으면 안 된다는 그 스트레스도 만만치 않고. 


그래도 글을 쓸 때는 그런 걸 좀 잊을 수 있으니까 좋은 것 같다. 그래서 내 글의 대부분은 다 늦은 새벽에 나온 것들이다. 근데 아침에 일어나서 다시 읽어보고 너무 부끄러워서 그대로 휴지통에 처박아버린 적도 무지하게 많다.....후.......




나이를 먹으면서 좋은 점은 잠이 쉽게 오지 않아도 예전만큼은 조급하지 않다는 것이다. 잠이 오면 오는 대로 안 오면 안 오는 대로. 이렇게 가만히 있다 보면 언젠간 오겠지. 안 오면 어쩔 수 없고. 하는 마음이 든다는 게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그래도 나도 사람인지라 수면부족으로 인해 생활의 리듬이 깨질 때는 당연히 스트레스 받지만.....그게 20대 초 중반 때에 비하면 덜 하다는 거지. 이게 나이 때문인건지 그냥 불면증을 너무 오래 가지고 있어서 익숙해져서 그런건지...잘 모르겠다만.


잠귀가 굉장히 밝아서 작은 소리에도 금방 깨고 한번 깨면 다시 잠들기 어렵고. 겨우 다시 잠이 들어도 예민해서 또 깨고. 그래서 학연이를 너무 잘 이해한다. 참 힘들어......다른 사람들은 다 누리는 그 당연하고도 당연한 권리를 나만 못 누리고 사는 그런 기분. 너도 혹시 느낄까......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다.

  



여섯시가 넘었다...............................아......................................오늘도 하얗게 불태웠어................다이나믹 듀오가 부릅니다.........불면증.......젠장...........................


시간은 흐른다. 울거나 웃거나 아프거나 달거나 쓰거나. 난 계속 늦는다. 고민 속에 늙는다. 언제쯤 내 침대 위엔 단잠의 싹이 움틀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