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iginal scene

청게 홍차

2017. 9. 16. 02:19













요니가 취하면 옷을 벗는 설정은 이미 많이 봤으니까 난 반대로 선배가 취하면 벗는 걸로 보고 싶다. 선배는 술이 워낙 세니까 그동안 취한 적이 별로 없어서 사실 자기 술버릇을 자기도 제대로 모르고 있어. 요니는 원래 술이 약한걸 아니까 본인이 자제를 하는 편이라 술자리에서 취한 적이 별로 없는 거고. 여튼 선배가 오늘은 컨디션이 영 아닌 상태에서 달려가지고 결국은 취해버렸어.


테이블에 한쪽 손으로 머리를 받히고 있는데 취기가 점점 올라오는지 계속 어지러웠지. 머리를 느리게 몇 번 털더니, 더운지 갑자기 옷을 하나씩 벗기 시작하는 거야. 처음에는 가디건. 그 다음은 니트. 그 다음에는 안에 겹쳐 입은 반팔 티. 그 다음은 바지 버클을…으흥으흥. *= ㅅ=*


신입생 때부터 쭉 얼굴을 봐온 선배의 동기들조차도 선배가 취한 것을 처음 보는 거야. 또 거기다 아무리 잦은 술자리를 가져도 한 번도 취하지를 않아서 은근히 궁금하기까지 했던 선배의 그 술버릇을 오늘 드디어 보는구나 싶었지. 그래서 다들 눈을 잔뜩 빛내면서 선배가 하는 냥을 제법 흥미로운 눈으로 보고 있었어. 그 와중에 선배 몸 좋은 건 알아가지고 선배의 옆자리에 앉은 애들은 선배를 말리는 척 하면서 은근히 선배의 팔이나 가슴을 만지는 거야. 그리고 요니는 그 모습들을 맞은편에 앉아서 쭉 지켜보고 있었어. 후배들이 선배의 몸을 안보는 척 하면서 얼굴을 붉히는 것도 당연히 다 봤지. 아니 근데 저것들이. @."@


선배가 니트 안에 입은 흰색 반팔 티까지 다 벗고 이제 바지 버클에까지 손을 대려고 하자 요니는 앉아있던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어.



- 아! 홍빈이 취했네! 내가 데려다주고 올게! @.@

- 어? 차차, 너 이홍빈이랑 반대 방향이지 않아?

- 내가 홍빈이 집 알아! 그니까 내가 데려다줄 거야! 내가 형이니까 빈이 데려다 줘야해! @~@!



지금 이 상황, 뭔가 조금 이상했지. 그리고 또 요니의 얼굴이 이상하게도 매우 결의에 차 있어서 아무도 요니에게 뭐라 말하지 못했어. 요니는 선배의 옷을 다시 부지런히 챙겨 입히고 선배의 가방까지 목에 야무지게 건 다음 취한 선배를 업고 그대로 가게 밖으로 나왔어. 원래 술 취한 사람을 업고 가기란 그리 쉬는 게 아니지. 요니는 힘들어서 낑낑대면서도 용케 떨어뜨리지 않고 자꾸 흘러내리는 선배를 야무지게 고쳐 업었어. 끙차! @.@


근데 사실, 요니는 선배의 집을 잘 몰라. 여기 근처 어디라는 것까지는 아는데 자세한 길은 잘 모르는 거야. 그동안은 거의 선배가 요니의 자취방에 드나드는 게 대부분이었고 또 지독한 길치인 요니는 고작 몇 번 밖에 가보지 않았던 그 길을 디테일하게 기억할 리가 없었어. 다른 애들이 선배의 몸을 보고 더듬는 게 너무 싫어서 무작정 들쳐 업고 나오긴 했다만. 결론은 아무런 대책이 없는 거지. 허허허.


요니는 길바닥 한가운데에 멍뎅하게 서 있었어. 어디로 가야하죠 i just see…. @.@ 그래, 어차피 이렇게 된 거. 일단 우리 집으로 간다! @~@! 요니는 또 다시 한껏 결의에 찬 얼굴로 아래로 서서히 흘러내리는 선배를 영차 고쳐 업고 낑낑대면서 결국 집까지 무사히 왔어. 하! 내가 해냈어! @.@* 요니는 굉장히 뿌듯한 얼굴로 선배를 침대에 내려놨어. 사실 말이 내려놓은 거지 거의 던지다시피 했지 뭐.


선배는 몸이 푹신한 곳에 뉘어지자 대충 걸쳐진 옷들이 불편했는지 또 다시 하나씩 벗기 시작해. 마치 물 흐르듯 너무도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그 일련의 모습들을 요니는 멍뎅하게 보고만 있었어. 그리고 선배가 바지까지 깔끔하게 벗어던지자 요니는 황급히 뒤를 돌아서 그대로 방을 빠져나와. 오모오모! @/////@!!!


요니는 똥마려운 강아지 마냥 거실을 이리저리 정신없이 배회 하다가 마른침을 한번 꿀꺽 삼키고는 다시 방문 앞으로 다가갔어. 그리고 방 안으로 고개만 살짝 들이밀어서 잠든 선배를 보는데. 선배는 속옷 빼고 다 벗고는 다리에 이불을 칭칭 감고 세상 편하게 쿨쿨 잠들어 있었어. 아주 그냥 세상 속 편한 선배 되시겠다!!!!


침대는 싱글이라 당연히 요니의 자리는 없지. 난 어디서 자라구…. @.ㅠ 요니는 시무룩한 얼굴로 침대 옆을 왔다 갔다 하다가 곱게 잠들어 있는 선배를 내려다보면서 묘한 기분에 빠져들어. 홍빈이가 우리 집에 있다…내 침대에서 쿨쿨 잔다아… @.@… 요니는 잠든 선배의 얼굴을 가만히 내려다보다가 머리맡에 앉아서 본격적으로 관찰하기 시작해. 우리 홍빈이 눈 되게 예쁘다. 속눈썹도 엄청 기네. 코도 잘생겼구…입술…@//////@


요니는 괜히 기분이 이상해져서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하는데 선배가 잠시 뒤척거려. 어떡해, 내가 깨웠나봐…! 요니는 화들짝 놀라면서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그리고 그대로 움직임을 멈추지. 요니가 숨을 죽이고 어느새 움직임을 멈춘 선배를 가만히 바라보는데 곱게 잠들어 있던 선배가 천천히 눈을 떠. 그리고 요니랑 한참동안 아주 길게 눈을 맞추지. 지금 분위기가 뭔가 되게 몽글몽글 하다고 느꼈을 때 쯤. 선배는 술에 취하고 잠에 취해서 한껏 더 낮아진 목소리로 마치 속삭이듯이 나긋하게 말해.



- 형…학연이 형.

- 어? 어! 홍빈아, 깼어? 어지러워? 속은 괜찮아? 물 떠다 줄까?

- 아니, 나 괜찮아.

- 어…어. 그래, 괜찮구나. 홍빈이 이제 괜찮구나.

- …있잖아, 형. 나 곧 생일이잖아. 갖고 싶은 거 생겼는데.

- 어…? 갖고 싶은 거? 갖고 싶은 거 뭐, 어떤 거?

- 말하면, 해줄 거야?

- 어…어, 응! 해줄게! 해줄 거야!

- …우리말이야.

- 어, 우리.

- 지금 형 동생 말고, 다른 거. 이거보다 더 좋은 거. …나 그거 하고 싶어. 할래. 하게 해 줘.

- 더 좋은 거…?

- 어. 훨씬 더 좋은 거.

- 음…홍빈아 그니까, 그 좋은 게 뭔데?

- …하여튼 흑돼지. 눈치 되게 없네. 누가 흑돼지 아니랄까봐.

- 내가 뭐얼! @."@!

- …흑돼지, 이리 와봐.



선배는 요니에게 가만히 손을 뻗어. 요니는 잠시 멈칫하다가 선배한테 천천히 다가가지. 선배는 요니의 팔을 잡아끌어 그대로 침대 안으로 들어오게 해. 자느라 체온이 따끈하게 올라간 길고 든든한 흰 팔이 요니를 틈 없이 푹 끌어안았어. 요니는 지금 이게 무슨 상황인가 싶으면서도 기분이 괜히 이상하고 또 그게 좀 좋은 것 같기도 하고 설레는 것 같기도 하고. 아 갑자기 왜 이렇게 덥지. @//////@



- …손잡고 끌어안고 뽀뽀하고. 키스하고, 섹스하고. 그것들 다. 나 그것들 다, 형이랑 하고 싶어.

- 어…근데 그건 다 좋아하는 사람이랑 하는 거잖아.

- 그러니까 형 너랑 꼭 해야지.



요니는 선배가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건지, 그 말들이 무슨 의미인지 알 것 같으면서도 잘 모르겠고 막 헷갈려. 만약 제대로 알아들은 게 맞는 거라면. 정말 그렇다면, 그동안 그것들이 나 혼자만의 감정이 아니었던 거야? 조금은 설렜고 또 조금은 혼란스러웠어. 그리고 요니가 아무런 말이 없자 선배는 불안해지기 시작했어.


선배는 그동안 나름 열심히 자기 마음을 티냈다고 생각했는데 이 멍뎅하고 눈치 없는 흑돼지는 아무 것도 모르는 것 같아. 어떻게 모를 수가 있지? 그렇게나 티를 냈는데. 눈치 없는 김원식도 아는 걸 왜 형 너만 몰라. 그게 답답하기도 하고 생각할수록 조금은 억울하기도 해서 술의 힘을 빌려 그 무겁고 깊은 진심을 겨우 토해낸 거였어. 근데 요니가 제 진심을 모두 다 듣고도 아무 말이 없어. 이렇게까지 말 했는데 못 알아들었을 리가 없잖아. 선배는 불안한 마음에 입술을 깨물고 손에 자꾸 식은땀이 차서 주먹을 쥐었다 폈다 했어. 아. 나 지금 이거 까인 건가.



- …저기, 형.

- 응. 할래. 우리 하자, 그거. 나 다 할래, 너랑.

- 어……?

- 다 하자구. 손잡고 끌어안고 뽀뽀하고.

- 어…형, 그러니까 지금.

- 키스하고. 섹스하고. 다 너랑 할래, 다!

- 자, 잠깐! 그만, 그만! 알았으니까 그만!

- 어? 왜? 뭘 그만해? 키스? 아, 섹스?

- 아, 제발! 알았어, 알았으니까!

- 어…홍비나 너 지금 얼굴 되게 빨개졌다아…@.@



사실 아까 본인이 요니한테 했던 말들을 요니는 그대로 다시 한 것뿐인데. 선배는 더없이 직접적인 그 말들이 요니의 입을 통해 다시 재생이 되니까 이상하게 그게 너무 야하고 부끄러운 거야. 또 그런 야한 말을 하는 주제에 요니의 얼굴은 천진해도 너무 천진해서 선배는 더 환장 할 지경이었어. 그리고 더군다나 지금 선배는 속옷 빼고는 아주 말끔히 다 벗은 그런 아주 위험한 상태잖아?! 이 흑돼지가 진짜 끝까지!!


*= ㅅ=*


여튼. 둘은 그동안 서로 계속 삽질만 하다가 이렇게 뒤늦게 마음을 확인하고 지지고 볶고 양계장도 차리고 양봉장도 차리고. 싸우고 또 다시 화해하고. 깍지손도 잡고 폭 끌어안기도 하고 뽀뽀도 하고 키스도 하고 즐겁게 섹스도 하고. 아주 그냥 로코물의 교과서 마냥 파란만장하게 연애 했다고 한다. 끄읏!!!!!!


아. 쓰고 나니까 나 좀 외로워졌어!!! 크흡. ㅠ ㅅㅠ